• 최종편집 2024-03-29(금)
 
퇴직금을 포기하면 4대 보험료 부담분을 대신 납부하겠습니다.” 

영세자영업자와 종업원이 흔히 맺는 이런 계약은 결국 모두에게 시간과 금전적 손해를 끼칠 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26일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법률전문가들은 “약자들 사이의 꼼수약정이 서로에게 독이 되고 있다”며 “근로기준법에 따라 정상적인 근로계약을 맺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생계에 쪼들리던 김모씨(서울 광진구)는 2007년 살던 동네 인근의 한 식당에서 홀서빙 일을 시작했다. 김씨는 식당주인이 내민 근로계약서에 무심결에 서명날인했다. 그는 이 계약서에 퇴직금 포기 조항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대신 식당주인은 4대 보험이 적용된다며, 김씨가 내야 할 보험료까지 대납해 주겠다고 했다.

10년여가 흐른 2018년 김씨는 식당일을 그만뒀으나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식당주인은 근로계약서를 내밀며 퇴직금을 주지 못한다고 버텼다. 결국 김씨는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낸 이후에야 퇴직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근로계약서상에 퇴직금 포기 조항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무효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로 굳어있기 때문에 굳이 재판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이번에는 식당주인이 억울함을 느꼈다. 4대 보험료의 근로자 부담분을 자신이 대신 납부했건만, 약정과 달리 퇴직금을 다 줘야했기 때문이다.

식당주인은 자신이 대납한 4대 보험료를 돌려달라며 김씨를 상대로 620만원의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졸지에 거금을 물어내야 할 위기에 처한 김씨는 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서울동부지법 강동훈 판사는 “만약 김씨가 식당주인의 대납액을 부당이득금으로 반환해야 한다면, 퇴직금 포기 약정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 없어 퇴직금 제도의 입법 취지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이형주 법무관은 “영세자영업자인 식당주인과 영세민인 종업원 김씨는 퇴직금과 4대 보험료 대납을 둘러싼 쟁송으로 시간과 금전적 손해를 봤다”며 “조금이나마 생계에 도움이 되고자 사회적 약자간 이런 근로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지만, 결국에는 서로가 손해를 보는 만큼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계약을 맺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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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 “퇴직금 포기” - 자영업자 “4대 보험료 대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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